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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탄핵과 '감정정치'의 종언, 이제는 능력이다

권의종 2025-04-07 조회수 40
두번째 탄핵과 '감정정치'의 종언, 이제는 능력이다
  •  권의종
  •  승인 2025.04.0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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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이데올로기 정치의 허상과 파국...지도자는 능력과 자질을 기준으로 선출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은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남기며, 대한민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2022년 5월, ‘정권 교체’라는 시대적 열망 속에 대통령에 오른 그는 불과 2년 7개월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역대 최단 기간의 정치 입문과 최단 기간의 몰락이라는 이례적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적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지 한 정치인의 실패로만 볼 수 없다. 이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의 기준과 과정, 그리고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집단적 성찰을 요구하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그를 선택했는가. 무엇을 기대했고, 무엇을 외면했는가. 이 질문들 앞에 “사람은 결국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고전적 진리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말,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그는 보수 진영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의 등장은 ‘누가 더 유능한가’가 아닌 ‘누구를 떨어뜨릴 것인가’라는 정략적 계산의 산물이었다. 실체보다 구호가 앞섰고, 전략보다 감정이 선택을 지배했다. 국민은 그를 이재명의 대안이라기보다는 이재명의 반대편에 선 인물로 소비했고, 그 순간 정치의 본질은 실종되었다.

지도자 선출에서 ‘싫은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한 선택’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유일한 기준이 되는 비이성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방향성과 비전보다 감정의 소비로 흐를 때, 국정은 혼란과 충돌로 점철된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이 바로 그랬다. 국정철학은 불분명했고, 비전은 단절적이었다. 정권 교체는 이루었지만, 국정 운영에 대한 준비는 없었다.

정치는 충성도 아닌, 능력의 시험대

정치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대통령은 전사가 아니다. 정적을 향해 거침없이 발언하는 돌격대장이 아니라, 국가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책임자다. 불확실한 시대를 예측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위기 속에서도 공동체를 이끄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 필요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 도어스테핑의 돌연 중단, 의대 정원 확대의 혼란, 노동시간 개편 강행, 수능 킬러문항 논란 등 일련의 정책 추진은 정치력과 조정 능력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신선함은 곧 서툼으로, 원칙은 독단으로 전락했다. 여야 협치는 실종되었고, 국민과의 신뢰는 무너졌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는 일부 지지층의 반응에만 귀 기울이는 ‘정치의 폐소공포증’이 심화됐다.

무엇보다 치명적이었던 것은 공적 권력과 사적 이익의 경계를 흐린 점이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허위 경력,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은 정권의 도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를 단호히 해명하거나 정리하지 못했고, ‘공인은 공인이되 책임은 사인’이라는 모순된 태도를 반복했다. 쌓인 불신은 정권의 정당성 자체를 뒤흔들었다. ‘법과 원칙’을 외치던 대통령이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예외를 적용한 것이다.

결정타는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무지와 무시였다. 일부 유튜버의 주장에 기대 ‘부정선거’를 의심하고, 총선 패배 이후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헌정 질서를 뿌리째 뒤흔드는 행위였다. 이는 권력 분립과 민의에 기반한 통치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권위주의의 망령이 다시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스스로 경계하겠다던 ‘반지성주의’는 결국 그의 정권에서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났다. 정치가 충성 경쟁과 진영 전쟁으로 전락하는 순간, 국정은 방향을 잃는다.

감정에서 이성으로, 정치의 리셋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분명한 교훈은, 지도자는 능력과 자질을 기준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급하다고, 이길 것 같다고, 인기가 높다고, 상대가 싫다고 아무나 내세워서는 안 된다. 선거는 ‘이번에 승리할 사람’을 고르는 자리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책임질 사람’을 세우는 과정이어야 한다. 당장의 표 계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지도자가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오직 ‘능력’이어야 한다. 감정으로 선택한 지도자는 국정을 이끌지 못하고, 결국 공동체 전체에 고통을 안긴다. 감정은 순간이지만, 국정은 지속된다. 개인의 호불호에 국가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정당은 선거 때마다 ‘누가 더 이길까’를 고민하기보다, 유능한 인물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사리에 맞는 일은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 능력 없는 자가 높은 자리에 오르면, 결국 그 자리가 그를 무너뜨린다. 대한민국은 이제 진영과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이성과 능력이라는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며, 다음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역사는 감정을 잊어도, 결과는 끝까지 기억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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