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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맺었는데 25% 관세라니, 탈출구를 찾아라

나병문 2025-04-10 조회수 30
FTA 맺었는데 25% 관세라니, 탈출구를 찾아라
  •  나병문
  •  승인 2025.04.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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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관세율인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기본 관세는 지난 5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하여 ‘최악 침해국’으로 분류한 나라들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는 9일인 오늘부터 적용한다. 파격적인 관세 조치로 전 세계를 경악시킨 트럼프는 의기양양하게 “지금은 우리를 이용했던 국가들을 상대로 통상 분야에서 판을 다시 짤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관세 인상이 미국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관세를 올리면 수입 가격이 높아져 미국 내 소매가격도 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보다 나쁜 상황에 빠져들 수 있으며, 이로써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은 끝장났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중국이 새로운 기회를 얻도록 돕는 꼴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도 미국 전역에서 펼쳐졌다. 글로벌 관세 드라이브를 비롯하여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이민자 추방,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대 러시아 유화 기조 등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분출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LA 등 미국 전역에서 시민 단체, 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연일 끊기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고관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자국 제품의 경쟁력과 산업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로 인해 수입 물가가 비싸지면 그만큼 자국산 제품이 더 많이 팔리거나, 미국 내에서 제품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같은 의도가 일부 먹혀들고 있다. 이미 여러 나라의 주요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관세 공세에 대한 각국의 반응

34%의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률의 보복관세로 강력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전에도 미국산 석탄·원유·축산물·농산물 등에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의 공세에 대응한 적이 있다. 신화통신은 “새 관세는 저소득층·중산층 생활비 상승과 주식 시장 혼란으로 인한 고소득자들의 막대한 부 증발, 미국 기업에 대한 새로운 관세, 다른 나라들의 보복관세 등 많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EU(유럽연합)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상호 무관세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대응조치에 나설 수 있다"라며 협상 결렬 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보복을 시사했다. EU 27개국은 이날 열린 무역장관 회의에서도 협상이 우선이라는데 뜻을 모으면서도 EU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을 마련해둘 거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 대한 24%의 관세가 확정된 후, 이시바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긴급 통화를 통하여 관세 문제를 협의했으며 후속 협상을 위한 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은 “일말(一抹)의 기대가 있었는데 트럼프에게 완전히 배신당했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IMF가 전망한 2027년 전 세계 GDP가 7천억 달러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오늘, 전 세계에 자유무역 정책을 퍼뜨린 신자유주의가 죽었다"라고 밝혔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국제 무역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 등도 이에 동조했다. 호주의 앤서니 올버니지 총리는 "이 조치는 친구가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우왕좌왕하지 말고 실효적 대책 강구하라

미국이 우리나라에 매긴 관세율은 25%다. 우려되는 대목은 이 수치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사실과 다른 여러 주장을 펼치며, 우리나라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강변했지만 대부분 근거 없는 얘기다. 우리로서는 국가 리더십 부재로 인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묵직한 강펀치를 맞은 형국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맞불 관세’를 들고나올 형편도 안 되니 답답할 뿐이다.

미국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라고 할 수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담당 고문은 "국제 무역 시스템이 망가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고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적 비상사태가 발생했다"라며 "트럼프의 상호관세 원칙은 WTO가 실패한 일을 바로잡음으로써 외국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8일부터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여 대미 협상을 시도한다. 관세청도 이명구 관세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대응본부를 꾸렸다. 우리도 서둘러 대미(對美) 협상력을 높일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 필요하고 우리가 줄 수 있는 걸 찾아내야 한다. 우선 거론되는 분야는 조선과 SMR(소형모듈원자로), 방산(防産) 등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의 관세 공세는 전 세계를 향한 것이라서 우리나라만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수출품이 미국 제품과의 경쟁에선 불리하겠지만 미국이 수입하는 다른 나라 제품과의 경쟁에서까지 불리하진 않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닥친 상황이 녹록하진 않지만 우왕좌왕하거나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안정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정책당국은 과감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통하여 하루빨리 국민을 안심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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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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